이렇게 극적인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야구팬으로서 최고의 행복중 하나겠지요.
분명히 자이언츠는 완벽한 야구를 구사하는 강팀도 아니고 너무나 빈틈이 많아 팬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그런 팀이지만 가끔은 이렇게 최고의 흥분을 안겨주는 경기도 할 줄 아는 팀이죠.
이것이 한번 자이언츠팬이 된사람을 옭아매는 마약일지도 모르지만 전 그냥 계속 중독되어있고 싶군요..ㅎㅎㅎ

상대팀이었던 기아의 연달아 터져나온 에러로 인해 역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플레이를 한 우리선수들을 칭찬하고 또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은 그런 경기였습니다.
제구가 잘 되지 않으면서도 6.2이닝 동안 3실점으로 꾸역꾸역 막아낸 원준이, 예전의 포스를 뿜어내며 마지막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임천사, 완벽한 투구를 하던 구톰슨을 상대로 홈런을 뽑아낸 홍성흔, 내야플라이를 치고도 포기하지않고 최선을 다해 달린 가르시아, 범타로 물러나긴 했어도 아픈상태로 타석에 섰던 대호, 깊숙한 타구를 치고 1루에 몸을 날려 동점을 이루어낸 보명이, 그리고 모든 자이언츠팬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민호까지...자이언츠의 모든 선수들이 함께 만들어낸 최고의 역전승이었죠. 진심으로 이기고 싶고 또 이길 수 있을거라 믿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꼴찌까지 떨어졌던 자이언츠가 드디어 4위자리에 오른 날...그것을 자축하기에 더할나위없이 어울리는 그런 경기였습니다.

1. 롯데의 강민호.

경기가 끝난 후 민호는 "초구에 슬라이더가 올거라고 100퍼센트 확신하고 있었다"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상대투수였던 한기주가 여태까지 자신에게 한번도 초구에 직구를 던진적이 없었던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어떤 구종이 올 지를 확신하고 있었던 민호는 그 어느때보다 자신있게 배트를 돌렸고 그 타구는 민호의 야구인생 첫 끝내기 홈런이 되었습니다.

모두가 환호하고 행복한 그 순간 동료들이 부어대는 게토레이를 흠뻑 뒤집어쓴 민호의 표정은 마냥 해맑기만 했던 그런 민호의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어렵고 힘든 시기를 이겨낸 그런사람의 표정이랄까요?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눈에 게토레이가 들어간 것인지 눈물을 흘린것 같기도 하더군요.

너무나 짜릿했던 민호의 끝내기!!


수 차례 이야기 했지만 민호는 그 어느때보다 힘든 시즌을 보냈습니다.
팬들에게 정말 많은 비판, 비난을 받았고 실제로 많이 부진하기도 했죠.
아무리 민호가 낙천적이고 밝은 녀석이라고는 하지만 민호도 사람이고 이제 25살 밖에 되지않은 어린 선수인데 많은 상처를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언제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극심한 부진을 이겨내고 서서히 플레이가 좋아지기 시작했을 무렵 민호가 저에게 "요즘도 인터넷에 제 욕 많죠?"라고 물어본적이 있습니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 지 모르겠더군요...
제가 어떤 대답을 해야할 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민호는 웃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경기장에서 제 응원가 들으셨죠? 그 응원가를 들으면서 전 그래도 절 응원해주는 분들이 정말 많다고 믿어요. 그리고 그걸 믿고 더 열심히 할거예요"라고 말이죠.

그렇게 팬들의 응원에서 힘을 얻는 민호를 보면서 그 이후 전 민호에게 약간의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게시판 보면 민호 좋아졌다, 요즘 잘한다"라는 글이 너무 많다고 말이죠..
그런 말들이 분명히 민호에게 힘을 줄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민호는 그렇게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발전한 모습으로 돌아왔죠..
그리고 어제..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겨주었습니다.
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해줄 줄 아는 스타성을 가진 선수...강민호

너무나 기뻐하는 동료들에 둘러싸여 함께 기쁨을 나누고 인터뷰를 위해 단상에 올랐을때 사직구장 가득 울려퍼지는 자신의 응원가를 들었던 민호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수였을거라 믿습니다.

민호는 분명히 롯데의 강민호입니다.



2. 롯데의 임경완.

원준이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임천사.
올 시즌 임경완은 리드를 지키거나 박빙의 상황보다는 크게 지고 있거나 크게 이기고 있는 승부와는 크게 상관없는 상황에 등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작년의 안좋은 기억이 워낙에 많아서인지 한 점만 실점해도 경기장 여기저기에서는 비아냥의 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등판하기만 해도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하더군요. 아마 본인도 그런데 대한 부담이 많았겠죠.
그렇지만 두 점을 리드당하고 있고 주자가 두명이 나가있는 위기상황에 등판한 임경완은 예전처럼 불안한 표정의 그 임경완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있게 카운트를 잡아나가고 스트라이크존 곳곳을 공략할 줄 아는 홀드왕의 포스를 되찾은 그 임경완이었죠.

싱커가 생각처럼 제구가 잘 되지 않는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공끝이 좋은 직구를 자신있게 뿌리고 상대타자의 몸쪽을 자신있게 공략하는 임경완의 공은 결코 치기 쉬운 공이 아니었습니다.
위기상황에서 대타로 나온 최희섭을 범타로 막아낸 후 나머지 두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면서 자이언츠가 역전승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준 임경완.

경기가 끝난 후 오늘 최고였다는 말에 특유의 웃음을 지으면서 자기는 무조건 잘해야한다고 하더군요.
팬들에게 쌓여있을 불신을 바꾸기 위해서 무조건 잘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임경완은 분명 앞으로도 계속 잘 할거라 믿습니다. 어제 임경완의 공은 그 어느 투수의 공보다 훌륭했거든요.



3. 롯데의 홍성흔.

홍성흔이 구톰슨을 상대로 날린 홈런은 정말 큰 의미가 있는 홈런이었습니다.
2대1로 끌려가던 7회 원준이가 내준 1점의 추가실점은 이 경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한 실점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7회말 홍성흔의 솔로 홈런은 뒤집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홈런이자 상대팀에게는 마지막까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던 홈런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피칭을 하고있었던 구톰슨을 상대로 실투도 아닌 낮게 제구된 공을 받아쳐서 넘긴 홍성흔.
그 순간 자이언츠팬들을 열광하게 만든 그 홈런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언제나 경기가 끝나면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가장 먼저 실내타격연습장으로 향하는 그런 성실함과 노력이 안겨준 결과겠죠.

민호의 끝내기 홈런에 누구보다 기뻐하고 그 흥분을 함께한 홍성흔은 라커룸으로 돌아온 후 가장먼저 장갑을 끼고는 배트를 들고 타격 연습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런 홍성흔의 모습은 너무나 든든하고 또 고맙더군요.

누구보다 홍성흔을 얄밉다고 생각했던 제가 지금은 홍성흔이라는 사람에게 반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자이언츠를 좋아한다는것을 언제나 보여주는 홍성흔이기에 반하지 않을 수 없어요..ㅎㅎ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홍성흔의 홈런!!


4. 롯데의 모든 선수들.

민호의 끝내기 홈런만큼이나 저를 흥분하게 했던 순간은 상대의 에러로 가르시아가 출루한 후 타석으로 서서히 걸어나오는 대호를 본 순간이었습니다.
대호가 등장한 것 만으로도 사직의 관중들은 열광하기 시작했고 상대투수 한기주는 더 긴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상대타자가 바로 자이언츠의 4번타자. 이대호였으니까요.

결과적으로 범타로 물러나고 말았지만 대호가 등장했을때 느낀 그 전율은 아무때나 느낄 수 없는 그런 감정이었죠.
경기가 끝난 후 손목이 괜찮은지 물어보러 갔더니 대호는 이런말을 하더군요.
"팀에 도움이 되지못해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우리팀이 이겼기 때문에 너무나 행복하다"라고 말이죠.
언제나 개인성적보다는 팀에 어떤 도움이 될 지를 생각하는 대호...아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대호의 등장만으로도 사직은 뒤집어졌습니다..ㅎㅎ


9회 2아웃에 등장한 보명이의 눈빛은 그 어느때보다 강렬했습니다.
그리고 한기주의 공을 강하게 때린 보명이는 1루를 향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달렸습니다.
그리고 경기는 동점이 되었죠.

그 장면이 비록 오심논란을 가져온 장면이기도 하고 기아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장면일 수도 있었겠지만 자이언츠팬인 저에게 있어서 보명이의 그 최선을 다한 플레이는 정말 최고로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팀의 패배를 막아내고 역전승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낸 보명이의 내야안타는 그 어떤 홈런이나 멋진 안타와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플레이였습니다.

동점을 만든 보명이의 내야안타!!


1회에 훌륭한 투구를 했던 원준이는 2회들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2안타와 2볼넷을 묶어 2실점을 하고 말았죠.
그렇게 제구가 잘 되지 않는 와중에서도 무너지지않고 6.2이닝동안 3실점으로 기아타선을 막아내고 퀄리티스타트를 해준 원준이도 어제경기의 수훈선수중 한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매경기 등판할때마다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자신의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맡은바 임무를 다해준 원준이...원준이가 자랑스럽습니다.

원준이는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다 해주었습니다.


정말 최고의 밤이었습니다.
9회말 2아웃에 경기를 뒤집는 정말 만화같은 장면을 현장에서 봤다는것이 너무 행복하고 이런 경험을 선사해준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네요.
오늘도 자이언츠는 방어율 1위를 자랑하는 양현종을 상대해야하니 매우 힘든 경기가 예상되긴 합니다만 우리의 에이스 민한신이 지난 등판보다 더 좋은 투구를 해줄거라 믿고 또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이언츠의 선수들이 멋진 승부를 펼쳐줄거라 믿습니다.

자이언츠는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이제 4위에 올라선만큼 여기에 만족하지말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한번 지켜봅시다.
자이언츠의 힘을 보여주세요.
자이언츠 화이팅!!!

민호에게 들은 끝내기를 쳤던 그 순간의 이야기...민호를 너무나 자빠트리고 싶었던 홍성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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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술사 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