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4강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올 시즌, 올해로 계약이 끝나는 감독들이 많은 만큼 한 경기 한 경기 더 피 말리는 승부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각팀의 올해 성적표에 따라 재계약을 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나는 것이 감독들의 숙명이다 보니 아무래도 안정적인 팀 운영보다는 당장 성적을 내는 운영을 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죠.

안 그래도 불펜 야구가 대세가 되어버린 한국야구에서 그런 감독들의 재계약문제까지 겹쳐지면서 불펜에서 소위 '필승조'라 불리는 투수들은 혹사논란 속에서도 더 많은 경기에서 투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어버린 현실….
과연 현재 한국리그에서 팀을 이끌고 있는 감독들 중에서 '혹사'라는 단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감독이 몇 명이나 될까요?
앞으로 한국리그를 이끌어가야 할 젊은 선수들이 팀의 성적을 위해서 무리를 하고 자신의 야구인생을 단축해가는 것은 볼 때마다 안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제가 취재하고 있는 자이언츠 말고 다른 팀 감독님들에 대해서 혹사니 뭐니 오지랖 넓게 지적하는 것보다 현재 자이언츠의 감독인 로이스터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또 선수들과 어떻게 교감하면서 팀을 이루어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1. 투수의 어깨는 영원한것이 아니다.

전문가들 중에는 투수의 어깨를 '연필심'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쓰면 쓸수록 닳아 없어진다는 의미겠죠.
그만큼 투수의 어깨는 많이 사용하면 고장 날 확률이 올라가는 것은 분명하죠.
물론 사람마다 몸이 다르고 능력이 다르겠지만 얼마나 더 버티느냐의 내구성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써도 써도 망가지지 않는 어깨를 보유한 투수는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유독 불펜 야구를 선호하는 한국리그에 대해서는 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년 팀의 우승을 위해서 농담처럼 '노예'라고 부르는 필승계투 요원들이 많은 경기 수와 이닝을 책임질 수밖에 없고 팀의 우승과 좋은 성적 뒤에 그림자처럼 그 투수들은 서서히 구위 하락을 겪고 부상으로 인해 몸에 칼을 대고 기나긴 재활의 시간을 보내면서 고통받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과연 이런 희생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팀을 위해 희생한다고 이야기하면 뭔가 숭고하고 아름다운 희생을 한 것 같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몸이 망가져 버린 선수는 자신의 인생과 맞바꾼 처절한 희생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미 자이언츠에서도 두 번의 우승과 자신의 야구인생을 맞바꾼 최동원과 염종석이라는 두 명의 희생이 있었죠.
과연 그들은 그 우승과 자신의 야구인생을 맞바꾼 것이 마냥 자랑스럽고 행복하기만 했을까요?

한 선수는 저에게 올해처럼 재계약이 걸린 감독이 많은 시즌에 마구 등판해서 던지는 것이 언뜻 보기에는 팀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재계약을 위한 감독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자이언츠의 로이스터 감독님을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미 많은 분이 알고 있다시피 8개 구단 중에서 가장 투수진을 무리시키지 않는 감독님은 바로 로이스터 감독님입니다.
설사 오늘의 경기에 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원칙을 깨트리지 않는 감독님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불펜을 로테이션으로 돌리고 연투를 많이 시키지 않는다는 부분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다른 팀과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서 장재영 트레이닝 코치는 "감독님은 불펜 요원들에게 휴식일을 미리 알려주고 휴식일에는 아예 불펜에서 몸도 풀지 않는다는 점이 다릅니다. 보통 불펜코치가 경기상황에 따라서 투수들의 어깨를 풀게 하고 준비시키는데 우리는 휴식일인 선수는 그런 불펜피칭도 아예 하지 않습니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실제로 중계중에 보이는 것은 등판해서 투구하는 것이지만 실제 등판하지 않더라도 불펜에서 어깨를 풀기 위해 불펜피칭을 하는 것만으로도 투수의 어깨는 피로를 풀 여유 없이 누적이 되기 마련입니다.
그런 면에서 로이스터 감독님은 어떠한 위기상황이 오더라도 오늘 쉬는 날로 정해진 선수는 쉬게 하는 원칙을 지켜가면서 선수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죠.

현재 어깨의 염증으로 인해서 1군 엔트리에 빠져있는 이용훈은 감독님에 대해서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전 작년에 망가졌을지도 모릅니다."라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부상에서 돌아와 의욕에 넘쳐있었던 자신을 자제시키고 투구 수를 조절해준 덕분에 한 시즌을 아프지 않고 보낼 수 있었다는 것이죠. 작년시즌 부상에서 돌아와 등판했을 때 스스로는 더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투수교체를 지시하고 자신에게 "팀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라고 이야기했던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너무 고맙고 감동적이었던 기억이라고 하더군요.

선수의 상태에 따라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한계투구 수를 정해 어떠한 경우에도 그 원칙을 지키는 로이스터 감독님과 난도 코치님의 철학…. 이것은 미국식 야구냐 한국식 야구냐를 떠나 팬들을 위해 오래오래 야구를 하고 멋진 플레이를 해야 할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꼭 보고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요?

이용훈은 감독님 덕분에 작년시즌 아프지 않고 보낼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2. 나는 니가 무엇을 하고있는지 알고 있다.

코칭스태프가 유흥가를 쫓아다니면서 선수들을 잡아오고 외출을 금지하고 그런 이야기들은 야구팬들에게 있어서 생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흔히 있는 이야기였고 아마 지금도 그런 식으로 선수단을 단속하는 구단도 있겠지요.
분명히 몸이 재산인 선수들이 무분별한 사생활로 인해서 경기력의 저하가 오고 선수생명이 짧아진다면 선수들이 재산인 구단에서도 엄청난 손해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님이 부임한 이후 감독님의 성향상 일과 외의 개인시간은 철저하게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선수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시하는 것도 거의 없죠.
그렇다면, 선수들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할까요?

선수들의 몸상태를 테스트하는 'In Body'


사직구장을 찾았을 때 선수들은 무언가 테스트를 받고 있었습니다.
'In Body'라고 불리는 기계에 올라서서 테스트를 받고 그 결과를 두고 장재영 트레이너코치와 함께 상의를 해서 자신이 해야 할 운동메뉴를 결정하더군요.

장재영 트레이닝 코치는 이 테스트에 대해서 일정기간에 한 번씩 선수들의 체지방, 근육량 등등의 모든 정보를 수집해서 이전의 결과들과 비교해 현재 선수의 컨디션이 어떠한지 피로가 얼마나 쌓여있는지를 검사하고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선수는 최근에 어떠한 생활의 변화가 있었는지를 역추적해나간다는 설명을 했습니다.
이 선수가 스트레스로 인해서 잠을 제대로 못 자는지, 아니면 다른 요인으로 인해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인지를 따져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고 운동메뉴와 치료를 통해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죠.

이런 테스트가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선수들을 단속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겠지만 모든 것을 자율에 맡기는 대신 철저한 건강관리를 통해서 선수 스스로 자신의 몸을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기기와 테스트 등이 자이언츠에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이언츠처럼 자율을 강조하고 유난히 원정거리가 길어 선수들의 체력관리가 중요한 팀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 아닐까 싶습니다.

테스트를 받고 있는 영식이


3. 모든것은 트레이너에서 시작된다.

이진오 트레이너는 다른 팀과 자이언츠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서 로이스터 감독님은 트레이너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전까지는 훈련이 시작되기 전 스태프미팅에 트레이너가 참여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보통 코치들에게 아픈 선수를 보고하고 마사지가 필요한 선수들을 마사지하고 치료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는 것이죠.
지금도 물론 선수들을 치료하는 것이 주 업무이긴 하지만 감독님과의 직접적인 의사전달을 하고 건의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상당히 달라진 위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님이 부임한 후 트레이너는 언제나 스태프회의에 참여하고 다른 스태프의 보고에 앞서 가장 먼저 브리핑을 하는 위치에 있다고 합니다.
가장 먼저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어떤 선수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고 나서 그것을 기초로 그날의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죠. 경기에 나서면 안될 정도의 아픈 선수, 아프긴 하지만 경기를 하면서 치료해도 괜찮을 선수 등을 트레이너의 보고에 따라서 분류하고 그에 맞춰서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팀의 사정에 따라서 계획을 세우고 선수들을 배치하는 것과 선수들의 상태를 기초로 해서 선수들을 배치하는 것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리 팀이 어렵다 해도 절대 무리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팀을 운영한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나면 치료가 필요한 선수들은 트레이너실로 와서 치료를 받습니다.

특히 올해처럼 아픈 선수들이 많은 상황이면 경기가 끝난 후 트레이너실은 선수들로 바글바글합니다.
얼마 전 아픈 선수가 많아 새벽 2시까지 치료를 했다는 류호진 트레이너의 사례만 생각해보더라도 현재 자이언츠에 치료가 필요한 선수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선수들의 치료를 끝내고 난 트레이너는 그때까지 퇴근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로이스터 감독님에게 그날 치료결과와 선수들의 상태에 따라 보고를 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시간이 늦더라도 반드시 트레이너의 보고를 듣고 난 후 마지막으로 퇴근한다고 하는 로이스터 감독님.
얼마나 선수들의 건강을 중요시하는지는 이런 이야기로도 충분히 느껴질 정도입니다.

한참 본인이 이야기했던 '6월 대반격'을 실천에 옮기고 있었던 어느 날 "자이언츠는 아직 제 실력을 다 발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언제쯤 자이언츠가 제 실력을 발휘하는가"라는 질문에 "우리 선수들이 건강해지면 그때는 진짜 자이언츠의 야구를 할 수 있다."라고 대답하시는 감독님은 팀을 이루는 근간이 무엇인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이 확실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감독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잠실에서 상화가 투구를 하던 도중 팔꿈치에 통증을 느끼고 교체되었을 때 마운드방문규정 위반이라면서 퇴장을 당한 일에 대해서 감독님은 "이해할 수가 없다 투수의 팔이 아픈 것은 선수생명에도 관련되는 부분이지만 팔이 아픈 상태에서 빨리 교체해주지 않았을 때 투구를 잘못하게 되면 공이 잘못 날아갈 수도 있고 그것은 곧 상대타자도 위험하게 할 수 있는 것인데 왜 그런 규정을 적용하는 것인가"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상화의 사례나 원준이의 배에 타구를 맞았을 때 번개처럼 뛰어나갔던 장면…. 상대선수가 다쳤음에도 뛰어나가 상태를 지켜보는 장면 등등을 보면 로이스터 감독님이 얼마나 선수들의 건강을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죠.
선수들을 아낀다는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걸 로이스터 감독님을 통해서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트레이너실에서 마사지를 받고 있는 장호.


4. 가족.

작년시즌부터 로이스터 감독님이 많이 강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팀원들에 대해서 '가족'임을 항상 강조해왔죠.
어느 조직에서나 많이 이야기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표현이긴 합니다.
그런데 선수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 느끼는 것이 다른 모양이더군요.

혹자는 선수들이 감독님을 잘 따른다는 이야기에 대해서 "선수들이야 훈련 많이 안 하니 편하겠지."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분도 본적이 있지만 선수들이 학생도 아니고 자신의 연봉이 걸려있는 프로세계에서 단순히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감독님을 그렇게 따를까요? 선수들에게 감독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유난히 많이 들을 수 있는 말들이 있습니다.

'행복하다', '행운이다', '고맙다.' 등의 이야기들이죠.
이런 이야기들이 선수들의 입에서 나온다는 것은 그냥 립서비스라고 생각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습니다.
감독님이 항상 가족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그냥 말뿐인 이야기가 아니라 선수들에게 진짜 나를 가족처럼 생각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선수들은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고 감독님과 함께 야구 하는 것을 행복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항상 아버지처럼 선수들을 이끌고 "선수들을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바로 감독님"이라는 이진오 트레이너의 말처럼 언제나 선수들의 건강을 걱정해주는 모습에서 그 진심을 느끼는 것이겠죠.

일례로 올 시즌 초 선수들이 운동화 때문에 발이 아프고 고생을 할 때도 직접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어디가 문제인지를 파악하고 자비를 털어 미국에서 운동화를 직접 공수해와 선수들에게 나누어준 사람도 바로 감독님이었습니다.
그렇게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으로 선수들을 항상 대하고 칭찬을 할 때는 한 명 한 명을 지목해 칭찬하고 화를 내고 혼을 낼 때는 팀 전체에게 불호령을 내리는 인자한 아버지의 모습인 것이죠.

올 시즌 중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선수들 중에 작년만큼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가 몇몇 보인다. 하지만, 누구인지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그 선수 스스로 부진을 겪고 그 부진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서 큰 교훈을 얻게 될 것이고 그 교훈은 앞으로 긴 시간 야구선수로서 살아갈 인생에 큰 밑거름이 될 거라 믿는다."라고 말이죠.

자신의 재계약문제가 걸려있는 2009년 시즌 4월의 극심한 부진을 겪으면서도 언제나 희망을 이야기했고 성적을 위한 극단적인 선택보다는 긴 안목으로 팀을 이끌고 자이언츠를 4강 싸움의 한복판까지 올려놓은 로이스터 감독님.
한 경기, 한 시즌뿐 아니라 자신이 자이언츠나 한국리그에 남아있을지 알 수 없는 선수들의 미래까지 생각하고 팀을 운영하는 모습은 분명히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고 전 생각합니다.

팀의 감독으로서 그리고 가족을 이끄는 가장으로서 선수들을 아껴줘서 고맙습니다.


홍성흔은 "감독님을 위해서 뛴다."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미국에서 여러 감독을 겪어본 승준이는 "감독님은 다른 미국인 감독들과는 달라요. 정이 많아요."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다른 여러 선수에게서도 "감독님께 미안해서라도 더 잘하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감독님이 부임한 이후 선수들 중에는 행복하지 않은 선수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만큼 신뢰를 받고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팀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로이스터 감독님.

올 시즌 어떠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할지는 모르겠지만 자이언츠에 이런 멋지고 훌륭한 감독님이 계시다는 것 선수들만큼이나 저도 행복한 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주술사 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