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후 휴식을 취하면서 올 시즌을 정리하긴 해야하는데 어떻게 정리해야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1년동안 선수단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만큼 보고 느꼈던 점도 많고 당시에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많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제대로 제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계속 머리속이 복잡하더군요.

그렇게 며칠의 시간을 머리만 복잡한 상태로 지내면서 일단은 현재 자이언츠에 있어서 가장 큰 관심사인 감독님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하고나서 다음을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을 2년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성과를 이루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의 결과때문인지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들을 보면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 팀의 감독으로서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받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것은 당연하지만 2년동안 선입견에 의해 만들어진 로감독님의 모습을 토대로 비판을 넘어서서 악의적인 의도마저 보이는 그런 기사까지 포털에 올라오는 상황을 보면서 너무나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동안 한겹 한겹 쌓여온 로감독님에 대한 오해들이 이제는 마치 사실처럼 공공연하게 이야기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비판이 이루어지는것을 보면서 로감독님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기전에 그런 오해들의 진실이 무엇인가부터 아는것이 선행되어야 제대로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것 아닐까요?

1. 덕아웃에서 박수만 치면서 웃기만 할 뿐 하는일이 없다던데?

중계방송을 할때면 선수들이 잘할때나 실수를 할때나 이기고있을때나 지고 있을때나 변함없이 박수를 치고있는 로감독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팀의 성적이 좋을때는 이것을 '긍정의 힘'이라고 하면서 좋게 표현하지만 팀 성적이 나빠지고 경기가 패할때는 '박수만 치고 경기를 방관하고 있다'며 비난의 재료가 되기도 하죠.

과연 로감독님은 잘하나 못하나 그저 웃으며 박수만 치고 있을까요?
제가 1년동안 바라본 로감독님의 모습은 물론 많은분들이 알고있듯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가족처럼 감싸주는 모습도 있었지만 선수들이 기본적인 플레이를 대충한다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는 플레이를 하지 않을때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화를 내는 시점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타이밍과 다를뿐이었죠.
실수를 했다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플레이했을때는 책임을 묻지않고 박수를 치지만 주루플레이를 느슨하게 한다거나 수비에서 백업플레이등을 대충하는 모습을 보이고 지고있다고 해서 포기하는듯한 모습을 보이면 엄청나게 화를내고 악마와같은 모습으로 돌변합니다.
실수하지마라, 아웃되지마라, 점수주지마라가 아니라 선수들 스스로가 프로라는것을 인식하고 그에 어울리는 스스로 프로다운 플레이를 보여주길 요구하죠.

기본이 되는 플레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지않는 원칙을 단 한번도 어기지않고 2년동안 유지해오면서 선수들 스스로 실패를 두려워하고 스스로의 한계를 단정지어버리던 패배의식을 벗어내기 시작한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야구는 멘탈 스포츠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분이나 멘탈에 대한 비중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부분은 프로선수에게 있어서 기술이상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똑같이 유망주라는 이름을 달고 팀에 입단해 1군에 빨리 데뷔해서 성공하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의 차이점을 이야기할때 가장 큰 이유를 심리적인 부분이라고 선수들이나 코치님들은 입을모아 이야기 하더군요.
그만큼 중요하고 그냥 "자신있게 해라"라고 이야기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 매우 어려운 부분이라는것이죠.

지도자가 결과에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히 원칙을 지켜주면서 선수들이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줌으로 인해서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몸이 두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익혀나가는것이고 그런 선수들이 조금씩 늘어가면서 팀 분위기라는것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두산이나 삼성같이 꾸준하게 성적을 내는 강팀들의 그런 여유만만하고 중요한 순간에도 냉정함을 잃지않는 그런 분위기는 그냥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것이 아니라는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덕아웃에서 박수치는것 외에는 하는일이 없다더라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사실 반박할 가치를 못느끼겠습니다.
한팀의 감독이 경기장에 출근해서 퇴근할때까지 야구장에 있는 시간을 봤을때 팬이 볼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남짓한 경기시간이 전부일 뿐이죠. 더구나 팀에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로감독님에 대한 부분은 말할것도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보이지않는 부분에 대해 아무것도 없다고 상상하는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니까요.

과연 칭찬만 하는 사람일까요? 화내는 타이밍이 다를 뿐입니다.


2. No Fear가 선수들을 망쳐놓는다?

선수들이 어이없는 주루플레이를 할때나 초구, 이구에 빠르게 공략하고 아웃되었을때 "쯧쯧 No Fear가 팀 망쳐놓는구만"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과연 로감독님은 선수들에게 무조건 빠른카운트에 공격하라고 요구하고 나가면 무조건 뛰라는 요구를 할까요?

이부분을 이야기하는데에는 우선적으로 로감독님의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할것 같습니다.
시즌중에 연일 로감독님의 이야기가 기사화되면서 그런부분이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 일조했다고 보기 때문이죠.
2년이라는 시간동안 로감독님의 인터뷰를 보고 또 가까이에서 이야기하는것을 직접 들어본 결론은 로감독님은 인터뷰에서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원론'적인 내용의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로감독님의 인터뷰를 기사로 접하면서 "단순하다", "왜 다 알려주느냐"라고 이야기들을 많이하지만 사실 이야기하는것을 잘 들여다보면 야구의 원론적인 부분을 이야기할뿐 팀의 진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국감독보다 팀내부의 이야기는 더 하지 않는 감독이 로감독님입니다.

"공격적인 타격, 주루, 수비를 해야한다", "자신있게 공격하라", "3볼에서도 좋은공이 오면 쳐야한다"등등 사실 이전 한국감독들의 인터뷰에서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던 원론적인 야구의 이야기일뿐이죠.
하지만 미국에서 온 미국인 감독이라는 선입견이 그런 부분을 마치 로감독님의 신념인것처럼 조금씩 비틀어놓았습니다.
"중심타자는 치기 좋은공이 왔을때 볼카운트와 상관없이 쳐야한다"라는 이야기가 마치 볼넷을 얻은 선수에게 화를 내는것처럼 표현되고 볼이건 스트라이크건 관계없이 무조건 휘두르라는 이야기를 한것처럼 와전되어 한참을 떠돌아 다녔죠.
결국 나중에 로감독님 스스로 유인구를 골라내는것은 당연한것이고 볼을 치라는것이 아닌데 왜 그렇게 오해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며 답답해했을 정도인데도 아직까지 마치 그런것이 사실인양 인터넷을 떠돌아 다니는것을 보면 어이가 없습니다.

공격적인 주루와 관련된 부분도 마찬가지 입니다. 사실 "두려움없이 뛰어라"라는 이야기는 로감독님이 처음 한 이야기도 아니고 95년 역대 최다 도루를 달성했던 자이언츠의 당시 '조 알바레즈'코치가 주창했던 이야기죠.
전달되는 멧세지는 같았지만 2000년대 들어 수동적인 주루를 강요받아왔던 선수들에게 스스로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주루를 하는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선수들에게 변해가는 과정이 필요했고 그런 과정에서 흔히들 말하는 '어이없는 주루'가 나오는것이었을 뿐이죠. 어느감독도 죽던 말던 무조건 뛰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는 플레이를 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을 억지로 끌고가 수동적으로 만들기 보다 스스로가 느끼고 생각하는 선수가 되도록 이끌어가는 방식을 택했을 뿐이죠.

공격이 되었든 수비가 되었든 주루가 되었든 실패가 두려워 시도해보지도 못했던것을 플레이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점을 정확하게 알고 다가가는 과정을 결론만 가지고 비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것이라 생각합니다.

때로는 뒷목잡게하는 공격적인 주루지만 실제로 팀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던것이 사실입니다.


3. 수비에는 관심도 없던데? 무조건 공격, 공격, 공격

4강싸움이 한창이던 후반기와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가장 많이 이야기된 자이언츠의 단점은 바로 수비였습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실책이 나왔고 그 실책은 반드시 실점으로 연결되었으며 그 실점은 결국 패배의 빌미가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수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었죠.

기사나 해설자들의 입을 동해 자이언츠의 수비는 수준이하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강팀의 자격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되기도 했지만 현재 자이언츠의 수비를 이야기하려면 그렇게 단순한 접근 방식으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물론 8개구단을 모두 담당하는 야구인들이 자이언츠의 전경기를 챙겨볼 시간도 없겠지만 단순히 숫자로 표현되는 실책갯수만을 가지고 한팀의 수비를 평가하는것이 무리가 있는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저 또한 자이언츠의 수비가 리그에서 손꼽힐만큼 건실하다거나 문제가 없다고 보는것은 아니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것은 로감독님이 부임하기 이전과 비교해 현재는 많이 좋아진 상황이라는것입니다.
여전히 중요한 순간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치명적인 에러를 범하는 장면이 나오곤 하지만 전체적으로 수비조직력이나 베이스커버, 백업플레이, 중계플레이등은 상당히 좋아진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WBC로 인해 체력적인 문제를 보였던 대호와 기혁이의 4, 5월 그리고 조주장의 공백을 멋지게 메꿔주었던 민성이가 주찬이와 기혁이의 줄부상으로 인해 풀타임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서 부상을 안고 뛰면서 여름에 힘겨운 모습을 보였던것, 후반기 민성이도 제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조주장이 또다시 부상으로 결장하게 되면서 수비라인업조차 짜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왔던것 등등 악재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결국 수비를 강화하자니 공격이 안되고 공격을 강화하자니 수비가 안되는 상황에서 올 시즌 염두에 두지 않았던 주찬이의 외야기용까지 하게 되면서 결국 시즌막판 수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로감독님이 수비보다는 공격적인 라인업을 고집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긴 하지만 냉정하게 자이언츠의 선수구성을 보면 라인업을 짜는데 있어서 골머리를 싸맬 수 밖에 없다는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수비도 중요하지만 결국 점수를 내야이기는것이 야구인데 작년보다 공격력이 많이 약화된 상황에서 더욱 수비력을 강화하는 라인업으로 가기가 힘들었을 뿐이죠.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준플레이오프 선발라인업에서 승화가 주전으로 출전하고 시즌동안에 1군에 등록된 날이 거의 없는 최만호를 엔트리에 올린것만 봐도 수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수비와 공격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기위해서 고민을 많이하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많은 언론에서 자이언츠의 수비를 이야기하면서 결국 결론은 훈련량이야기로 흘러가는데 과연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중에 자이언츠가 경기전에 어떠한 훈련을 하는지 전지훈련에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작년과 올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사람이 몇사람이나 있을까요? 매 경기전 펑고를 받고 3연전이 시작되는 첫경기에는 포메이션 연습을 연습전에 꼬박 하고있다는것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더군요.
그냥 뭉뚱그려서 훈련을 하지 않아 수비가 그모양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뿐이지 어떤부분이 좋아졌고 어떤 부분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는 없는걸까 아쉬울뿐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기본기 자체가 부족했던 선수들에게 어려운 플레이보다 자기앞에 오는 타구를 확실하게 처리하는 기본기를 강조하고 매끄러운 글러브질을 위해 플렛글러브 훈련위주로 시즌중 경기전에 계속된 훈련을 했던 자이언츠가 올해는 전지훈련에서부터 그 단계를 넘어서서 수비 포메이션과 세트플레이 연습 위주로 훈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보다 눈에띄게 좋아진 선수들의 백업플레이나 매끄러운 병살플레이들이 그냥 나온것이 아니라는거죠.
당장은 답답할지는 몰라도 팀을 급조하는것이 아니라 작년부터 쉽게 무너지지않도록 밑바탕부터 한단계 한단계 계단을 밟듯이 선수들을 이끌어가고 있는것입니다.


올해 사이판에서는 수비훈련에 중점을 두고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론 매년 상위권에 들고 우승을 다투는 두산이나 SK같은 팀과 비교했을때 상대적으로 부족한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다른팀의 한 선수가 "마치 고등학교팀과 시합하는 기분이다"라고 이야기했던 자이언츠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는점 또한 외면하고 부인해서는 안될것입니다.
과정없는 결과는 있을 수 없는것이니까요.
그런과정을 거치면서도 하위권에 있던팀을 2년연속 4강에 올려놓은 감독에 대한 평가가 너무 박한것 같군요..
2번의 우승이라는 기억이 있지만 자부심을 가졌던 시기보다 놀림의 대상이고 한숨나오던 순간이 더 많았던 자이언츠팬으로서 눈앞의 우승보다 꾸준하게 성적을 내는 전통의 강팀이라는 이미지가 더 가지고 싶습니다.
너무들 조급한게 아닐까요?

2편에서는 훈련량, 한국야구에 대한 로감독님의 태도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블로그를 계속해서 봐오신 분들에게는 다소 반복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선입견에 가득차 악의적인 해석을 하는 사람들이 워낙에 많아 다시한번 정리하는 글을 올리는것이니 이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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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술사 둠씨